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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학 신입생 선발은 주관의 예술
◆ 美 대학 입시 무엇이 다른가 ◆   
지난 13일 찾아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다트머스대 입학처.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발표를 마쳐야 하는 `조기 지원` 심사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벤저민 스워츠 입학부처장은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입학사정관들의 1차 심사 소견이 담긴 `레디 시트(Ready Sheet)` 파일을
꼼꼼하게 훑어본 그는 불합격 판정을 받은 파일 중 몇 개를 재심사해 달라며
2차 사정관에게 돌려보냈다.
1차 심사 결과에 대해 그의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어떤 고등학교는 A학점을 거의 주지 않을 만큼 기준이 엄격해
지원자의 학생부 성적은 대부분 좋지 않습니다.
주어진 환경과 맥락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했느냐를 종합적으로 봐야 하며
수치화된 성적 이상의 판단 기준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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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다음날 방문한
로드아일랜드주 브라운대의 라이트 입학부처장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입학사정 경력만 20여 년으로
우수 학생을 뽑아내는 일에 관한 한 거의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그는
한 지원자의 추천서에서 중요한 사항을 찾아내고는 자랑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 학생은 작년에 내신이 갑자기 떨어졌지만
과외활동 등 다른 분야는 아주 뛰어났다"며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부모가 이혼하게 된 사연이 추천서에 나타나 있는데
입학사정에 감안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명문 8개 대학)를 포함한
미국 일류 대학들의 입학담당자들은 요즘 똑같은 일에 몰두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밀려들어온 조기 전형 입학서류 더미에 코를 파묻고
우수 신입생을 골라내는 데 여념이 없다.

산더미 같은 서류를 보면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내신, SAT(미국 수학능력시험) 등 계량화된 점수는 기본이고
우수 고교 출신인지,
부모가 학교 동문인지,
영어권 국가 출신인지 등
모든 주변 상황까지 반영해 합격생을 가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학생을 선발하는 최종 기준은 한마디로 `블랙박스`다.
무슨 요소를 몇 % 반영하는지를 수치로 제시하는 대학은 한 곳도 없다.

이들에게 "객관적 기준이 뭐냐"고 물으면 큰 실례다.
우리 학교 특성에 맞는 우수 학생을 뽑는 데
왜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냐고 되물을 것이다.
그래서 임슬기 윌리엄스대 입학사정관은
미국 대학의 선발 과정을 "주관의 예술"이라고 정의한다.
학교가 자율 권한을 갖고 있으니 `주관`이고,
노련한 입학사정관들의 혜안과 연륜이 곳곳에 묻어나니 `예술`
이라는 설명이다.
임씨는 "한국처럼 모든 선발 기준을 수치로 제시한다면
엑셀 프로그램으로 한 번만 거르면 되지
뭐하러 1년 내내 학생 선발만 고민하는 입학처를 만드느냐"고 반문했다.

`내신 반영률 50%` `기회균등할당 11%`처럼 시시콜콜한 정부 지침을 받아들고
입씨름을 벌이거나 숨바꼭질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나 벌어지는 독특한 현상이다.

물론 세계 정상의 대학들도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 입학을 위해
나름대로의 배려 장치를 갖고 있다.
당락에 재정 상태를 따지지 않고 우수한 학생이 있다면
수만 ㎞ 떨어진 아프리카 오지 고등학교라도 마다하지 않고 장거리 출장을 떠난다.
 하지만 정원 외 선발을 한다고 해서
입학 문턱을 특혜적으로 낮춰주거나
실력이 턱없이 떨어지는 학생까지 배려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빅터 닝 브라운대 입학사정관은
"대학은 공부하는 곳이지 사회봉사 하는 곳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한 번 입학증을 받은 소외계층은 학업에 처지지 않도록 온갖 배려를 다한다.
장학금, 과외비용, 심지어 해외여행비도 대준다.

그 원천은 기부금으로 쌓인 탄탄한 재정이다.
한 학년이 530여 명에 불과한 윌리엄스대는 1조9000억원의 기부금을 쌓아 놓고
저소득층을 지원할 정도다.
기부금 손발은 묶어 놓고서
무조건 "잘 가르치면 된다. 거기 반대하나"라며
소외계층 선발만 윽박지르는 한국 정부의 폭력적 정책은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다.

미국 명문대들은 잘 알려진 대로
기여입학제(Legacy)를 폭넓게 인정하지만
입학증을 물건 사듯 돈 내고 사는 게 아니다.
`기여=입학`이라는 등식은 안 통한다.
기부금도 수많은 `주관적 사정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고
기여입학생 역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학업능력이다.

이처럼 미국 명문대 모든 선발 절차의 뿌리이자 대전제는 자율이다.
`간섭` `통제` `정치` 등 한국 대입을 뒤덮은 핵심 키워드는
자율 선발이 몸에 밴 미국 대학 입학담당자에게 너무나 생소한 단어일 뿐이다.

만약
입시자율권을 넘겨주면
대학은 당장 본고사를 끌어들이고,
학부모 로비는 기승을 부리고,
입시 공정성에 불만이 폭발하지 않을까.

35년간의 입학 업무 경험을 가진 뉴욕대(NYU) 비비언 시폴라 입학처장의 말은
한국 입시제도에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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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SAT와 학생부의 변별력을 신뢰하고 있다.
여기에 내 머릿속에 축적된 주관적 경험과 전문적인 눈이 어우러지는 것이다.
내 임무는
졸업 후 사회에 나가 학교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우수 학생을 뽑는 일이다.
그러니 입학이 거부돼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선발 자율은
확립된 사회적 약속이고,
지난 수십 년간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쌓여 있다."

[뉴욕ㆍ로드아일랜드ㆍ매사추세츠ㆍ뉴햄프셔ㆍ펜실베이니아 = 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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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공동묘지가 도서관인가?
젊은 친구들의 공동묘지가 한국의 대학은 아니기를 바란다.  --진너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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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L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