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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더이상 이렇게 배울 순 없다] ③ 어떻게 하면 될까
bilingual 교육 5가지 Key Point

이중언어 교육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모색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제도 도입 여부에 대한 찬반 대립에 치우쳐 어떤 테마를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중언어 교육을 실시할 경우 △영어 교육의 목표 △이상적인 수업 시간과 방법 △양질의 교사 수급·관리 △교재 △영어 학습 환경 조성 등 5가지 주제에 대해 숭실대 영어영문학과 박준언 교수, 한국외대 영어학과 이성하 교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의갑 연구기획부장이 도움말을 줬다.

1 교육 목표

원어민 같은 유창한 발음보다 의사소통 능력 키우도록
키신저 전 美 국무장관도 독일식 악센트로 국제무대 누벼


영미 원어민 화자와 같은 수준의 영어 사용자를 길러내는 것은 우리 현실에서는 달성할 수 없는 이상에 불과하다. 영어 교육의 목표를 원어민 화자와 같은 수준의 영어사용 능력 함양에서 일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인 현실적인 것으로 낮춰야 한다. 유창한 영어 발음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영어를 사용해 자신의 의사를 타인에게 전할 수 있는 능력이다.

두 언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전혀 불편함이 없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을 때(feel comfortable)’ 이중언어자라 할 수 있다. 균형 있는 이중언어자(balanced bilingual)가 되는 것이다.

원어민과 같은 자연스러운 영어 발음은 이중언어 교육의 핵심이 아니다. 유창한 영미식 영어 발음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리고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전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특유의 독일식 악센트를 구사하면서도 거침없는 영어로 국제 외교무대를 누볐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거침없는 영어 구사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 히딩크 전 국가대표 축구 감독이 그런 사례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영어 발음은 완전히 우리나라 ‘토종’이다.

일리노이대 석좌교수인 카치루(Kachru) 박사는 영어 사용국가를 세 집단으로 분류했다. 영국·미국·캐나다·호주 등 전통적 영어 사용국인 내부집단(inner circle), 인도·필리핀·케냐·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한때 영미의 식민지배를 받은 나라로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영어를 모국어와 함께 사용하는 국가인 외부집단(outer circle), 영어를 외국어로 지정해 공교육을 통해 가르치는 대부분의 나라인 확장집단(expanding circle)이 그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각종 국제무대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은 내부집단 영어 원어민보다 외부집단이나 확장집단에 속하는 영어 사용자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영어 원어민 화자의 개념을 영미인 위주의 원어민 화자에서 벗어나 외부집단의 영어 사용자까지 포함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교육 당국도 영미인 중심의 영어 화자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2 수업시간과 방법

초중고 총 2500시간은 돼야… 캐나다는 최대 8000시간
기초 영어능력 닦아주는 준비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외국어 학습의 성패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언어 입력, 노출의 양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현재 우리 초등학생들은 3학년부터 주당 1~2시간씩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받는다. 주당 2시간씩 1년에 35주 수업을 한다고 하면 총 영어학습 시간은 70시간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4년 동안 배운다고 해도 300시간을 넘지 못한다. 중·고교에서는 주당 4~5시간이 고작이다. 이렇게 적은 양의 영어 입력을 제공하면서 학생들의 영어 사용능력 부족을 탓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고교 과정까지 2400~2500시간은 돼야 기본적인, 중간 수준의 영어를 사용하는 화자를 만들 수 있다. 현재의 영어 교육과정으로는 불가능하다. 몰입식 교육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보통 5000시간 정도를 배워야 몰입식 교육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캐나다에서는 6000~8000시간 정도를 교육받는다.

몰입식 교육에 대해 자주 나오는 오해 중 하나는 한국어를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몰입교육의 최종 목표는 영어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중언어자(bilingual)를 만드는 것이다. 캐나다 몰입교육에서는 공교육 1년차 과정부터 목표 언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데, 3학년 무렵 과목 비율을 나누게 된다. 중학교 무렵에서는 두 언어가 나란히, 동시에 쓰이는 것이다. 몰입식 교육에서는 학생들의 기초 영어 사용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과정인 브리지 프로그램(bridge program)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단순히 1~2년 동안의 수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학제로 연결될 수 있는 연계성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몰입식 교육을 마치고 원 소속 학교로 돌아갈 경우, 교과 과정의 연계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영어마을(English Village)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효용성에 한계가 있다. 보다 내실있는 운영이 필요하다. 대부분 학생 1명에게 한 번 정도의 이용 기회가 주어지는데, 체험 기회를 확대한다면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10년(초등 3~고 3)의 학교 영어교육 기간 동안 80시간씩 10차례 정도 영어마을에 입소한다면 800시간 정도 영어에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양적으로만 따져도 현 학교 영어교육의 전체 시간과 맞먹는다.

3 교사 수급

원어민 교사는 과도기 조치… 우리 교사 교육에 집중을
사대·교대는 무조건 영어몰입 강의… 해외연수도 확대


바람직한 이중언어 교사는 우리말과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한국인 영어교사다. 영어 원어민 교사의 영입은 일종의 과도기적 조치다. 우리 영어 교육의 핵심적 주체는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 중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현직 영어교사인데, 이들의 영어수업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들이 항상 영어 환경에 노출되면서 생활할 수 있는 영어 몰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들 학과의 모든 과목을 철저히 영어로만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교수들은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학생들에게도 영어로만 생활할 것을 강도 높게 주문해야 한다.

현직 영어 교사들도 지속적인 중장기 영어연수를 통해 능력을 한 차원 높이도록 해야 한다. 이들은 최근 교직에 입문한 교사에 비해 말하기 부분에서 부족한 반면, 읽기와 문법에서 상대적으로 강하다. 이 부분을 특화시켜야 한다. 영어능력 향상을 위해 자비를 들여 중장기 해외연수를 떠나는 교사들에게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승진 시 이를 반영해주는 점수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공적·사적 영어교육기관에 투입되고 있는 영어 원어민들이 합당한 자격을 갖추었는지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각급 학교에 있는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들은 교과부가 주관이 돼 만든 EPIK (English Program in Korea)를 통해 초청돼 활용되고 있다. 모집과 계약에 너무 치중해 관리적 측면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영미 백인의 원어민 화자만을 떠올리는 것도 문제다. 오늘날처럼 영어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영미인 위주에서 탈피해 비영어권 원어민 화자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4 어떤 교재로 가르쳐야 하나

현행 교과서엔 ‘학교 안’에서나 쓸 수 있는 영어뿐
학력 격차 감안해 수준별 교재 만들어 선택케 해야


영어교육이 학교 교실 수업에 국한돼 있고 학교 이외에는 영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영어 교과서는 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다. 표현들이 북 잉글리시(book English)라 불리는 교과서 영어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어로 쓰여진 싱가포르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수학 교과서의 구문을 보자. 우리의 중학교 고학년 수준이다. ‘Basil arranges 10 beads in straight row. There is only one bead. The red bead is placed 6th from the right. If Basil counts from the left, in what position is the red bead?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재 개발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나이와 학년을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대신, 별도의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선택적으로 교재를 골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5 '영어 환경'이 중요하다

TV·라디오 영어 프로그램 늘리고 신문도 영어면을
학교가 작은 영어마을… 영어 사용 전용공간도 늘려야


우리 사회를 영어 사용에 친화적인 환경으로 바꿔야 한다. 영어 교육은 학교 영어교사나 사설 영어교육 기관에 맡기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한적인 우리의 영어 학습 환경을 확장해 줄 수 있는 중요한 매체로 TV나 라디오 같은 방송 매체와 일간 신문을 들 수 있다. 국내 일간지들도 한 면 정도는 영어로 기사 전체를 요약하거나 중요한 이슈를 선택해 영어로 기사화하는 식의 한국어·영어 공용 신문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

영어 교육의 문제를 영어마을 같은 외형적인 대규모 시설 건립으로 해결하려는 하드웨어 위주의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회성 체험으로는 안 된다. 특정 장소에 대규모 시설을 건립해 학생들을 원거리에서 불러모아 일시적 영어 체험을 하게 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시설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보다 많은 학생들이 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영어체험 시설을 학교마다 설치할 경우, 영어마을이 목표로 하는 영어 사용환경의 제공이라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에 퍼져 있는 수천 개의 개별 학교들을 작은 영어마을로 만들어보자. 학교의 일정 공간을 영어 사용 전용 공간(English only zone)으로 확보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역적 특성을 가미해도 좋다.


/ 채성진 기자 dudmi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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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LVA